전쟁이 나면 주식은 무조건 팔아야 할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9·11 테러 이후 증시가 결국 회복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지금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감 속에서도 S&P 500과 나스닥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장면은, 그 경험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시장이 면역이 생긴 이유
솔직히 이건 처음엔 좀 의아했습니다. 전쟁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데 지수는 최고치를 찍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미 수십 년간 지정학적 충격을 반복해서 경험했습니다. 9·11 테러, 이라크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중 무역전쟁까지. 매번 시장은 단기적으로 흔들렸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회복했습니다. 제가 미·중 무역전쟁 당시 국내 증시가 급락할 때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 들어갔던 것도 그 학습의 결과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고요.
지금 시장이 보여주는 태도도 비슷합니다. 1950년대 세계대전처럼 다수의 국가가 전면전에 나서는 상황이 아닌 이상, 국지적 충돌은 일시적 변동성을 줄 뿐 대세를 꺾지는 못한다는 학습 효과가 투자 심리에 깔려 있는 겁니다.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란 전쟁, 테러, 국가 간 갈등처럼 정치·군사적 불안이 금융시장에 주는 불확실성을 뜻합니다. 이 리스크가 높아지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반응이 이전보다 훨씬 짧고 얕았습니다.
다만 국제 유가가 여전히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유가가 80달러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금리 인하 경로에도 불확실성을 더합니다.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무감각해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낙관만 하다간 뒤통수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S&P 500, 나스닥 연속 신고가 경신
- 양자 컴퓨팅 관련주 세 자릿수 수익률 등장
- 연료전지(Fuel Cell) ETF 두 자릿수 수익률 기록
- 조선 관련주 분위기 회복 조짐
실적 모멘텀이 시장을 이끄는 지금, 어디를 봐야 하나
제 경험상 이런 불확실한 구간에서 살아남는 투자는 항상 '실적'이 있는 종목군이었습니다. 소문과 기대로만 올라간 주식은 조정장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거든요.
지금 시장의 온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IonQ입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양자의 날' 행사에서 IonQ의 기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관련주 전체가 강하게 달아올랐습니다. IonQ가 트랩 이온 양자 시스템(Trapped-Ion Quantum System) 간 광자 연결에 성공했다는 개별 이슈까지 겹치면서 수익률은 세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트랩 이온 양자 시스템이란 이온을 전자기장으로 포획한 뒤 레이저로 제어해 양자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기존 양자 컴퓨터의 오류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블룸에너지(Bloom Energy)를 주요 편입 종목으로 담은 연료전지 ETF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냈습니다. 연료전지(Fuel Cell)란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가스터빈이나 원전 대비 설치 기간이 3~6개월로 짧아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빠르게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오픈AI와의 협력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블룸에너지는 AI 전력 공급 솔루션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도 미국 흐름과 강하게 연동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광통신주가 먼저 움직이면 다음 날 국내 광통신주가 받아가고, 양자 관련 종목이 오르면 국내 관련주도 뒤따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SK하이닉스 실적 기대감도 함께 올라간 상황입니다. 실적이라는 키워드가 이번 주 국내 시장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금융주를 시작으로 실적 발표 시즌(Earnings Season)이 본격화됐습니다. 실적 발표 시즌이란 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기간으로, 통상적으로 1·4·7·10월에 집중됩니다. 이 시기엔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이 나온 종목군으로 수급이 빠르게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다음 주 관심 섹터, 조선주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
오랫동안 쉬어가던 섹터가 슬슬 고개를 드는 구간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을 놓치면 나중에 훨씬 높은 가격에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지금 조선주가 딱 그 시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LNG 운반선 수요는 늘어납니다.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각국이 대안 에너지 조달 루트를 확보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LNG 운반선 발주가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군함 관련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도 함께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 기자재 업체, 특히 엔진 분야는 이미 가동률 100%에 근접한 상황이고 중국에서도 수주를 받고 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ARK Invest에서 운용하는 ARKK 같은 혁신 기술 ETF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자율주행, AI 인프라, 디지털 자산, 유전자 편집 등 패러다임 전환형 산업을 포괄적으로 편입하고 있고, 120일 이동평균선(장기 이평선)을 돌파하며 바닥권에서 올라오는 차트 흐름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120일 이동평균선이란 최근 120거래일간의 평균 주가를 이은 선으로, 이 선을 상향 돌파하면 중장기 추세 전환의 신호로 해석됩니다.
미국 증시에서 ETF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0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출처: Investment Company Institute). 이 수치는 개인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 수단으로 ETF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지금 시장에서 필요한 건 공포에 쫓겨 팔거나 낙관에 취해 무작정 사는 것이 아닙니다. 실적이 받쳐주는 종목군을 골라 눌림목에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이 구간에서 가장 유효하다고 봅니다. 저 역시 지금은 뒤로 물러서기보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위험 요소가 사라진다 해도 상승장 뒤엔 반드시 조정이 온다는 사실만큼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투자 기준을 갖고 있어야 실패했을 때 원인을 분석할 수 있고, 성공했을 때 그 방법을 다음에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