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주는 저도 처음엔 뉴스 하나하나에 꽤 흔들렸습니다. 이란 핵협상 관련 헤드라인이 오전에만 서너 번씩 뒤집히면서 증시도 같이 출렁였고, 유가도 하루에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장이 끝나고 보면, 결국 버티고 있는 건 실적이 뒷받침된 종목들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흐름을 제 경험과 비교해가며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란 핵협상, 시장을 흔들지만 결국 둔감해진다
저도 처음엔 이란 핵협상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포지션을 조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 불안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에 실제로 벌어진 상황을 보면, 이란 국영 통신에서 협상 관련 보도가 나왔다가 번복되고, 이란 의회 의장 갈리바프가 협상단에서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와 증시가 동시에 출렁였습니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장 중에 0.1~0.4% 사이를 오가며 방향을 잡지 못했고, 빅스(VIX) 지수는 20.7 부근에서 소폭 상승했습니다. 여기서 VIX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산출하는 변동성 지수로, 흔히 '공포 지수'라고도 불립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을 불안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 자꾸 떠올린 사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2022년 전쟁이 터졌을 때 주식시장은 급락했고, 유가와 천연가스는 단기에 폭등했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은 1~2년도 안 돼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지정학적 이벤트는 처음엔 큰 충격을 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에서는 점점 둔감한 뉴스로 바뀝니다.
이란 핵협상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물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석유화학 밸류체인 전반의 가격이 오르고 있고, 미국 농업부조차 비료 지원 프로그램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단기 충격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협상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고, 저도 그렇게 봅니다.
이럴 때 투자자로서 취해야 할 태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정학적 뉴스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흐름을 관망한다
- 유가와 VIX 수치를 함께 확인하며 시장 심리를 체크한다
- 뉴스 충격이 클수록 실적이 좋은 종목의 상대적 강도에 주목한다
- 전쟁·협상 뉴스의 변동성은 시간이 지나며 줄어든다는 역사적 패턴을 참고한다
인텔 실적이 증명한 것, CPU 슈퍼사이클의 현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텔이 이 정도 실적을 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인텔은 파운드리 적자 문제와 AMD에 밀리는 점유율 이슈로 약세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분기 실적은 그런 인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매출 136억 달러에 EPS(주당순이익)는 시장 예상을 훨씬 웃도는 2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EPS란 기업이 한 주당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투자자들이 기업 수익성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때 쓰는 핵심 수치입니다. 원래 가이던스는 손익분기점 수준이었으니, 이 서프라이즈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체감이 됩니다. 재고로 처리해 장부에서 지워뒀던 구형 제품까지 수요가 몰려 팔려나갔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인텔 CEO 팻 겔싱어는 컨퍼런스 콜에서 CPU 슈퍼사이클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는 AI 추론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센터 내 GPU 한 대를 제어하는 CPU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CPU 한 대가 GPU 7~8대를 관리했다면, 에이전틱 AI(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환경에서는 이 비율이 역전돼 CPU 여러 대가 GPU 하나를 지원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인텔에만 600억 달러의 추가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출처: Bank of America Research).
이 영향으로 AMD는 10% 넘게, ARM도 8% 가까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DA 데이비스는 AMD의 목표 주가를 220달러에서 375달러로 대폭 올리면서 5월 5일 AMD 실적 발표에도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첨단 패키징, 인텔의 또 다른 무기
제 경험상 시장이 인텔을 볼 때 파운드리 수율 문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첨단 패키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이란 GPU, HBM, DRAM, ASIC 등 여러 반도체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각각의 부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아주 가깝게 배치해 데이터 전송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함께 끌어올리는 작업입니다. 현재 이 기술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곳은 TSMC뿐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인텔은 이 분야에서 자체 기술인 IB(인텔 파운드리 어드밴스드 패키징)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이번 분기 수주 잔고가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로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후공정 시설도 대규모로 확장 중이며, 본격 매출 기여는 내년부터 예상됩니다.
여기서 지정학적 맥락도 함께 봐야 합니다. TSMC의 첨단 패키징 역량이 대만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은 미국 입장에서 구조적 리스크입니다. 미국 정부가 인텔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고, 인텔은 그 지정학적 포지션을 실적으로 뒷받침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건 스탠리처럼 파운드리 손익분기점 달성이 2028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고, JP모건은 여전히 매도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체 설계 CPU로 넘어가는 움직임도 실제입니다. 메타가 아마존의 자체 설계 칩인 그래비톤(ARM 라이선스 기반 CPU)을 채택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바로 오늘 나온 뉴스였으니까요.
다만 시장이 낙관론을 유지하는 근거는 인텔의 점유율 감소보다 전체 CPU 시장 자체가 훨씬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18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사상 최장 기록을 쓰고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출처: Philadelphia Stock Exchange).
결국 지금 시장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근거는 매크로 뉴스가 아니라 실적이라는 것을 이번 주가 다시 확인시켜줬습니다. 이란 핵협상 뉴스가 하루에도 수차례 뒤집히는 와중에도 인텔은 24% 이상 상승했고, 관련 반도체 종목들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저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일수록 "지금 당장 사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 실적을 기반으로 종목을 선별하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 수준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텔의 현재 PER이 110배까지 올라왔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시장은 항상 기회를 줍니다. 조금 멀리 보는 시선을 갖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자세라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기준과 책임 아래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live/NhI1V0Q4aRA?si=o8vEDSwZX_Ank_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