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과 S&P 500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증시가 이렇게 움직인다는 건, 시장이 이미 공포보다는 회복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저는 이 흐름을 보면서 911 테러 이후 시장이 회복되던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은 이미 면역이 생겼나
전쟁이 터지면 증시가 폭락한다는 공식, 아직도 그 공식만 믿고 있다면 지금 시장에서 계속 손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911 테러 직후부터 시장이 결국 회복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고, 미중 무역전쟁 당시 국내 증시가 급락했을 때 오히려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시장에 들어간 게 결국 맞았습니다.
지금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구도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협상 기대감이 올라오면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고, 외국인 수급도 서서히 돌아오는 분위기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Sensitivity)를 낮추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민감도란 특정 이슈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뜻하는데, 같은 사건이 반복될수록 시장의 반응 강도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유가가 안정권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제 유가가 80달러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유지되고, 이는 금리 인하 경로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유가와 물가라는 변수가 그 경로를 뒷받침해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가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복합적인 환경에서는 단기 뉴스보다 중장기 흐름을 먼저 보는 것이 훨씬 유리했습니다.
현재 이 시장에서 투자자가 체크해야 할 핵심 변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국제 유가의 방향성 (80달러 지지 여부)
- 연준(Fed)의 실질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
- 미국-이란 협상 타결 가능성과 추가 지정학적 변수
- 외국인 수급의 지속 유입 여부
실적 모멘텀이 시장을 이끄는 이유
이번 주 시장에서 가장 강하게 움직인 건 결국 실적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숫자로 증명하는 종목에 돈이 몰린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면서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기대감까지 함께 올라갔습니다. 반도체, 하드웨어, IT 섹터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입니다. 실적 시즌(Earnings Season)이란 상장 기업들이 분기별로 실적을 공개하는 기간을 뜻하는데, 이 시기에는 예상치를 상회하는 기업에 수급이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금융주를 중심으로 실적 발표가 시작되었고, 양자 컴퓨팅 관련주인 IonQ에는 특별한 모멘텀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양자의 날 행사에서 IonQ의 기술을 공개 소개한 것입니다. 여기서 양자 컴퓨팅이란 기존 컴퓨터의 0과 1이라는 이진법 대신 큐비트(Qubit)를 사용해 막대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차세대 컴퓨팅 기술입니다. IonQ의 트랩 이온 방식은 큐비트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어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레버리지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국내 시장과 미국 시장의 연동성도 한층 강해진 모습입니다. 광통신주가 미국에서 먼저 올라가면 다음 날 국내 광통신 관련주가 따라 올라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크레도 테크놀로지 그룹 홀딩처럼 AI 데이터센터 내 고속 연결 솔루션을 제공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들이 강한 시세를 보였습니다. 팹리스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공장 없이 설계만 전담하는 기업 구조를 의미하며, 자본 효율이 높고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연료전지(Fuel Cell) 관련 상품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어마어마하게 소비하는 구조에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는 빠른 전력 조달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부각됩니다. 블룸에너지가 이 시장에서 68~80%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블룸에너지를 주요 편입 종목으로 보유한 ETF 상품 수익률에 직접 반영됐습니다. 국내 두산퓨얼셀도 이 흐름과 연동되는 구조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다음 주 관심 종목, 조선주를 다시 볼 때가 됐습니다
오랫동안 쉬어가던 조선주가 슬슬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선주를 중장기 관점에서 꾸준히 지켜봐 온 편인데, 이번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LNG 운반선 수주 확대와 군함 프로젝트 가속화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LNG 운반선이란 액화천연가스(LNG)를 극저온으로 냉각하여 액체 상태로 운반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기술 장벽이 높아 국내 조선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영역입니다. 수주 잔량(Order Backlog)이 쌓여있다는 것은 향후 몇 년간 매출이 확정돼 있다는 의미인 만큼, 이 숫자가 실적 발표 때 주가에 직접 반영됩니다.
특히 엔진 기자재 업체들의 분위기가 눈에 띕니다. 국내 엔진 업체들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국으로부터도 수주를 받고 있으며, 가동률 100%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는 단순한 주가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물량으로 뒷받침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다릅니다. 조선업의 수주 사이클(Order Cycle)이란 선박 발주부터 건조 완료까지 일반적으로 2~3년이 소요되는 업종 특성상, 지금 쌓이는 수주 잔고는 수년 후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국 ETF 시장에서도 ARKK처럼 자율주행, AI 인프라, 디지털 자산, 유전자 편집 등 패러다임 전환 산업을 한 번에 편입한 상품이 12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며 바닥권에서 올라오는 차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동평균선(Moving Average)이란 일정 기간 동안의 주가 평균값을 이어 만든 추세선으로, 120일선은 중장기 추세 전환의 신호로 자주 활용됩니다. 성장주 중심의 이런 상품은 금리 경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함께 체크해야 합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결국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하나로 모입니다.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실적과 성장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수급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럴 때 추격 매수보다는 눌림목을 기다리는 쪽을 선호합니다. 위기의 학습 효과가 쌓인 시장일수록 패닉보다는 기회를 먼저 계산하는 투자자가 결국 앞서 나갔습니다. 모든 위험 요소가 걷혔을 때 사는 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구간,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